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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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B Research

ESB Research 2025년 3월호

  • 작성자 : 경영대학 관리자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스타트업에서의 통제 메커니즘으로서 시간 개념 고찰

(경영학연구, 53(6), 1473-1504) 


* 2024년 우수논문상 수상


김상준 교수(인사조직 전략 전공)


인사조직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다루어온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가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합일화할 것인가입니다. 조직에서는 규율과 제도를 통해서 개인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게 되는데, 이러한 통제 메커니즘은 영원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및 조직 맥락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여 왔습니다. 그동안 깊게 다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최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통제 메커니즘 중의 하나가 ‘시간’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스타트업에서는 실제 시간이 어떻게 통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찾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이 연구질문은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식이 아닌, 현상의 관찰에서 이론을 도출하는 귀납적 접근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보다 심층적인 답변이 가능하기에, 처음부터 특정한 답이나 결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을 만나 그들은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면담을 통해 알아가고자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가 깨달았던 것은 스타트업 내부에서는 시간의 통제가 이분화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 본연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기업 혹은 기획이나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무의 경우에는 시간의 씀이 유연하고 통제의 개념이 덜 개입된 반면 같은 스타트업이라고 할지라도 정형화된 업무가 있고 “납기”를 해야하는 프로세스가 규정지어진 곳에서는 시간을 활용한 통제 메커니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이는 스타트업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분화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과 함께 통제 메커니즘의 필요성이 점차 두드러지게 드러나면서 시간 개념 그 자체가 통제 메커니즘으로 적용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시간을 활용한 통제는 조직의 상황에 따라 설계되겠지만, 통제 메커니즘 설계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적용이 될 수 있고, 또한 각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행동양상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러한 발견이 객관적으로 특정한 업무 특성이나 조직의 맥락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각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주관성을 배제해야 하겠지만 본 연구의 경우에는 주관성, 특히 각 개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에 따라 개인의 행동도, 그리하여 파악되는 조직의 통제 메커니즘도 파악이 가능해졌습니다. 연구대상의 주관성, 특히 개인의 인식과 상황 해석을 부각하는 연구방법인 극작술적 분석(dramaturgical analysis)이 본 연구에 적용되어 논문의 핵심 구성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극작술적 분석은 ‘인간의 행동은 무대에서의 연기와 같다’라고 주장한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의 철학적 관점을 방법론적으로 구성한 것으로 개인이 어떤 무대에 서 있고, 무대의 위치(전면부, 후면부)에 따라 어떻게 다른 행동양상을 보이는지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극작술법을 통해서 보다 생생하게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시간 개념이 들어가 있는 통제 메커니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이해/해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작년 12월 경영학연구에 게재되었고, 2024년 경영학연구 우수논문에 선정이 되었습니다. 심사위원님들의 평에 따르면 방법론이 독특했고 적절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후술하겠지만 질적연구가 그동안 경영학에서 그렇게 큰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수상을 통해 국내에서도 질적 연구방법론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이 연구는 애착이 더 가는 연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석사 때부터 양적 방법론을 통한 연구에 집중을 했었고, 현재 또한 양적방법론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양적방법론에 근거한 연구는 미국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가 거의 전부입니다. 국내기업의 연구는 미국기업 연구에 비해서 쉽지 않고 때로는 절망적인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데이터 공개가 완벽하지 않고, 데이터 수집이 쉽지 않으며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인사조직의 많은 연구가 설문지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저는 설문지법이 가지고 있는 원천적 한계에 대해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아직 체득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설문을 통한 데이터 확보도 저에게는 큰 난관이었습니다. 그때 질적연구는 국내기업 연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습니다. 국내기업에 대한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졌고, 분석을 통해서 논문으로 완성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의 현장은 굉장히 다이내믹합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하’ 모멘트로 온몸의 전율이 흐르는 순간도 자주 나타납니다. 때로는 분노로 같이 소리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눈물을 훔치기도 하면서 인터뷰 대상과 인간적인 유대감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적인 이해와 함께, 새롭게 세상의 원리와 관점이 학습되면서 이성적인 희열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피면담자(interviewee)를 찾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고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높이며 문헌에의 공헌도를 찾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가성비 낮은 연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꺼려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인정을 못받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도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이 있듯이, 효율적이지 않은 연구라도 질적연구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최근 질적연구에 대한 해외저널 게재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내에도 질적연구를 통해서 흥미로운 관점들이 제시되고, 이에 대한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여, 학자간 지적 대화(intellectual conversation)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