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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B Research

ESB Research 2025년 6월호

  • 작성자 : 경영대학 관리자


ESB Research 6월호


Lee, Dongwon & Ahn, Ji-Young. Unlocking the potential of green human resource management in Korea: a comprehensive review. Asia Pacific Business Review (2025), 31(2), pp.133-156. 


안지영 교수 (인사조직전략 전공)


 최근 몇 년간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는 한국 기업 경영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인적자원관리(HRM) 역시 그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 본 논문은 ‘Green Human Resource Management(GHRM)’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ESG 시대에 HRM이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내재화하고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고자 한 리뷰 논문입니다. GHRM은 채용, 교육, 평가, 보상 등 HRM 전반에 걸쳐 친환경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통합하려는 관리 방식으로, 인사제도를 통해 조직의 환경경영 목표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접근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 GHRM에 대한 이론과 실제 사례를 함께 조명함으로써, 관련 연구의 방향을 넓히려는 시도를 담고 있습니다.


 연구는 기존 GHRM 문헌을 체계적으로 분석함과 동시에, 2020년 이후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롯데 등 6개 대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실제 HR 정책 사례를 AMO(Ability-Motivation-Opportunity) 모델에 따라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한국형 GHRM의 특징은 강한 ‘성과 중심(performance-oriented)’ 성향입니다. 이러한 ‘성과 중심’ 접근은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의 GHRM 경향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유럽에서는 GHRM이 규범적·제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되며, 조직 구성원의 환경 의식과 문화 내면화를 중시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주로 자율적 선택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GHRM이 활용됩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ESG를 정량적 성과로 전환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GHRM 역시 명확한 KPI 설정, 보상 연계, 성과관리 체계 안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고유한 맥락적 특성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SK와 LG는 임직원에게 ESG 성과 기반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SEPI(Semiconductor 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를 개발하여 ESG 성과의 측정 가능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윤리적 책임을 넘어서, ESG가 실질적인 조직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적 GHRM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본 논문은 GHRM을 제도주의적 관점(institutional theory)에서 해석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ESG와 GHRM을 수용하는 과정을 ‘제도적 정당성(institutional legitimacy)’ 확보를 위한 전략적 반응으로 설명합니다. 특히, 국제표준화 및 ESG 정보공시 의무화와 같은 제도적 압력이 한국 대기업의 GHRM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 논문은 제 박사과정 학생과 공동으로 작성되었으며, 학생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지속가능보고서와 각종 언론에 보도된 ESG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주었습니다. 특히, 다양한 미디어 자료, 지속가능보고서, ESG 경영보고서를 교차 검증하며 사례의 맥락을 면밀히 파악한 점이 분석의 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연구는 제 개인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2차 자료를 기반으로 한 양적 연구에 집중해왔지만, 이번 논문은 처음으로 다수의 조직 사례를 정성적으로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수많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일일이 읽고, 문서 안에 담긴 HR 관련 조항을 발췌·분류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HRM이 실제 조직 내 ESG 전략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각 보고서와 관련 기사에 담긴 기업의 전략과 현실적인 고민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일, 그리고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는 조직의 방향성과 맥락을 읽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다른 방식의 통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논문은 2025년 1월 Asia Pacific Business Review (SSCI)에 게재되었으며, 2명의 리뷰어로부터 2라운드에 걸친 리비전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1차 심사에서는 GHRM에 대한 이론적 기여와 분석틀의 명확성이 주요한 이슈였고, 이에 제도주의 이론과 AMO 모델을 병행 적용한 구조를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2차 심사에서는 한국 사례의 독창성과 기여도를 보다 분명히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피드백이 있었고, 이를 반영하여 중국 중심의 기존 아시아 문헌과의 비교 틀을 강화하고 ‘제도적 압력 → 조직 대응 → ESG 내재화’로 이어지는 3단계 GHRM 전개 모델을 제안하였습니다.

출판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보고, 박사과정 학생과 긴 호흡의 작업을 함께 수행해볼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논문이 GHRM에 대한 국내 논의의 기반을 넓히고, ESG 시대 HRM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데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