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B Research 2025년 10월호

ESB Research 10월호
Choi, S., & Miller, K. D. 2021. Ongoing customization in project-based organizations. 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 30(1), 109–122. Oxford University Press.
최승호 교수 (전략 전공)
프로젝트 기반 조직(Project-Based Organizations, PBOs)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들은 효율성과 루틴을 중시하는 안정성의 논리와, 창의적 문제 해결과 대응력을 필요로 하는 유연성의 논리 사이에서 늘 긴장 상태에 놓인다.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상충된 요구를 ‘반(半)구조(semi-structure)’ 혹은 ‘준 형식(quasi-formal)’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왔지만, 실제 조직이 안정성과 변동성을 어떻게 균형 있게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자 지속적 맞춤화(ongoing customization)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 구조와 학습 메커니즘을 실증적으로 탐색함으로써, 프로젝트 기반 조직의 운영 원리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한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가 있다.
연구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건축, 컨설팅, 제조, 디자인, 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한 13개 프로젝트 기반 조직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총 77건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약 1,600쪽에 달하는 전사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귀납적 접근(grounded theory)과 사례 간 비교분석(comparative analysis)을 병행하였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루틴, 협업 구조, 학습 프로세스에 나타나는 공통 패턴을 도출했다.
분석 결과, 프로젝트 기반 조직의 지속적 맞춤화는 크게 두 가지 상이한 접근을 통해 구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구조적 접근(structural approach) 은 명확한 문제 정의와 공식적 절차, 그리고 리더의 관리 하에서 새로운 팀 구성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한다. 둘째, 관계적 접근(relational approach) 은 모호한 고객 요구에 대응하며, 반복된 협업을 통해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비공식적 조정을 중심에 둔다. 이러한 두 접근은 상이해 보이지만, 모두 안정성과 변화를 공존시키려는 조직의 전략적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연구는 프로젝트 경험이 조직 수준의 역량으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lessons learned’ 데이터베이스나 리뷰 미팅과 같은 의도적 학습(deliberate learning) 장치가 루틴의 안정성과 변화를 조화시켜 지속적 맞춤화 역량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학습 메커니즘이 부재할 경우, 팀별로 상이한 루틴이 형성되어 조직의 일관성이 약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의 지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경험 공유와 학습의 제도화는 조직의 통합성과 혁신을 유지하는 핵심적 요인임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루틴 이론의 ostensive–performative 이중성을 조직 수준으로 확장하고, 안정성과 변화의 공존을 ‘조직 수준 간의 중첩(nest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함으로써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y) 이론의 발전에도 기여한다. 즉, 조직은 변화를 기존 루틴의 파괴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위에서 새로운 실행 방식을 학습하고 내재화함으로써 안정성과 변동성을 동시에 포용하는 유연한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필자의 학위논문의 일부를 발전시킨 연구로, 게재되기까지 9년 동안 8개의 서로 다른 학술지에서 게재 거부를 받았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매번 심사자의 의견을 성실히 반영하며 논문을 수정하고 다시 제출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Industrial and Corporate Change’에서도 처음에는 게재가 거절되었으나, 심사서를 확인해 보니 다른 논문에 대한 평가가 잘못 첨부되어 있었다. 이에 필자는 학술지에 review appeal을 제기했고, 편집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논문을 새로운 심사자에게 보내는 대신 직접 심사를 맡으며, 수정 후 재심사(R&R) 기회를 주었다.
50쪽에 달하던 논문을 20쪽으로 압축하고 연구의 프레이밍(framework)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전념한 결과, 8개월 만에 게재 확정 통보를 받았다. 9년 동안 게재 거부를 반복하던 논문이 8개월 만에 최종 게재에 이른 경험을 통해, 필자는 논문 심사자와의 **적합성(fit)**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한 논문 게재에는 노력과 연구의 품질뿐 아니라 일정 부분 운(luck)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지금도 학술지로부터 게재 거절 통보를 받을 때면 마음이 무겁지만, 필자는 이 경험을 떠올리며 언젠가 자신의 연구의 가치를 알아봐 줄 심사자를 만날 날을 기대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논문을 수정하고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