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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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B Research

ESB Research 2026년 9월호

  • 작성자 : 경영대학/경영전문대학원 관리자

ESB Research 이 달의 논문  


안성진 교수(회계전공) 


Ahn, S.J., Lin Y., & Seo, H. (2026). "Wake-Up Call from the Past Investments". European Accounting Review 



기업이 과거에 단행한 설비투자나 인수합병은 시간이 흐르며 시장·기술 환경의 변화로 애초 기대했던 가치를 잃어가곤 합니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손실을 인정하기보다 부실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계속 투입하는(이른바 ‘좀비 투자’) 경향을 보이며, 이는 기업이 더 생산적인 곳으로 자원을 재배분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됩니다. 회계에는 이러한 과거 투자를 되비추어 보게 하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자산손상(impairment) 회계로, 보유 자산이 앞으로 충분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재평가하도록 요구하는 일종의 ‘내부 정보 시스템’입니다. 본 연구는 이 자산손상 회계 과정이 기업의 이후 투자 전략을 실제로 바꾸는지, 그리고 새롭게 바꾼 투자 전략이 효율적인 투자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묻습니다.


가장 큰 난관은 기업 내부의 손상 평가 과정이 외부에서 관측되지 않고, 실제 손상차손은 경영자의 재량으로 인식 시점이 조정될 수 있어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이를 Regression Kink Design (RKD)로 해결했습니다. 회계기준상 자산의 장부가치 대 시장가치 비율(BTM)이 1을 넘으면 손상검사가 크게 엄격해져, 손상 위험이 BTM에 반응하는 ‘기울기’가 그 지점에서 급격히 꺾입니다. 기업이 BTM을 정밀하게 조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이 제도적 ‘꺾임(Kink)’을 자연 실험처럼 활용하여 손상 위험의 증가가 투자에 미치는 인과효과를 분리해 냈습니다.


분석 결과, 실제로 BTM이 1을 넘는 지점에서 이후 자산손상 인식 가능성이 급증하여 식별 전략의 타당성이 확인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손상 위험이 높아지면 기업은 R&D 투자를 늘리는 반면, 자본지출과 인수합병에서의 과잉투자는 줄였습니다. 나아가 이후의 특허 가치, 인수합병 공시수익률, 미래 수익성(ROA)과 주가수익률이 모두 개선되어, 이것이 단순한 지출 확대가 아니라 실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자원 재배분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자산손상이 기업의 기존 제품·기술·사업모형이 더 이상 시장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주는 ‘진단 신호’이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진부화는 기존 자산을 조금 손보는 것만으로는 극복되지 않고 제품·기술의 토대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혁신, 곧 R&D를 필요로 합니다. 이 점에서 자산손상은 경영진에게 일종의 ‘과거로부터의 경고(wake-up call)’로 작동해 혁신 지향적 대응을 이끌어냅니다. 그동안 자산손상 회계는 경영자의 재량 남용 통로라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본 연구는 이 제도가 오히려 기업의 내부 정보환경을 풍부하게 하고 가치를 높이는 투자 결정을 유도할 수 있음을 새롭게 보여 줍니다.


이 논문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 3년차이던 2016년 여름에 시작한 연구에서 출발해, 2026년 여름 European Accounting Review에 게재가 확정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 씨앗은 박사과정 2년차에 수강한 실증 연구방법론 세미나였습니다. 당시로서는 가장 최신 방법론이던 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와 Regression Kink Design을 그 수업에서 처음 접했는데, 마침 관심을 두고 살펴보던 자산손상 관련 회계 규정에 이를 적용해 볼 수 있겠다는 착안이 이 연구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논문은 Regression Kink Design을 회계의 연구 주제와 규정에 적용한 최초의 실증 연구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