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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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혁명 시대와 닷컴버블의 그림자

  • 작성일 : 2023-04-12
  • 조회수 : 743
  • 작성자 :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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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하는 키워드는 인터넷이었다. 집에서 컴퓨터로 뉴스, 영화, 책을 보고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꿈의 인터넷 통신망이 대중화되자 너도나도 이 분야의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이른바 '닷컴버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소비자들은 비싼 요금과 기대보다 낮은 품질의 인터넷 서비스에 등을 돌렸다. 주가는 폭락했고, 수많은 IT 벤처기업의 파산이 이어졌다. 과도기적 인터넷 기술에 너무 많은 것을 융합하려다 보니 시대를 너무 앞서가게 됐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실험이 됐다.


20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며 IT가 다시 강세를 보인다. 단순한 인터넷 중심의 정보혁명에서 진화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상호 융합한 전자상거래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매년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꼽힌다. 이제는 AI와 빅데이터라는 말만 들어가도 많은 창업 기업들이 주목받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이는 제2의 닷컴버블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뉴스는 많지만, 실생활에 활용되거나 실질적 수익을 내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우려의 중심에 있던 기업이 쿠팡이다. 그런데 최근 쿠팡이 흑자 성과를 만들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들의 성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피웠다.


쿠팡은 수년간 수조 원을 투자해 AI와 빅데이터, 맞춤형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풀필먼트와 물류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했다. 쿠팡은 물류센터·물류 시스템과 관련해서만도 수백 건의 특허를 받은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물류센터에서는 자동화 기술의 AGV 로봇(무인운반로봇)이 한 번에 수백 개의 상품을 평균 2분 내 운반하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소팅봇이 분류 작업을 한다. 쿠팡의 AI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한 순간부터 문 앞 배송까지 전체 과정을 관리한다. 쿠팡은 고객 편의는 높이면서 비용과 가격은 낮추는 기술과 서비스의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과 기술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몇 년간의 계속된 적자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증폭되었다. 다행히도 지난해 하반기에 2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드디어 오랜 기간 쿠팡에 대한 의구심을 종식하는 성과를 냈다. 쿠팡의 남은 숙제는 이 성과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옳았다는 것을 굳건하게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첨단 기술의 개발과 보유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 기술이 채택되고 융합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에 적용될 때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AI 버블'로 끝내지 않으려면 쿠팡이 보여줬듯이 혁신을 위한 노력과 이를 통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