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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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케팅의 설득과 부추김의 경계에서

  • 작성일 : 2023-09-01
  • 조회수 : 743
  • 작성자 :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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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근 온라인상의 멤버십, 정기 구독 등의 마케팅 기법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증가하면서 '다크패턴(Dark pattern)'에 관한 다양한 시각에서의 논란이 활발해지고 있다.


다크패턴은 웹사이트와 앱에서 사용하는 속임수로 '구매 또는 가입과 같이 의도하지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인터페이스 패턴'을 지칭하는 용어다. 2010년대 영국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에 의해 최초로 소개됐다. 이후 다크패턴의 개념에 관해서는 여러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도 일반화된 개념이 정립된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넛지 마케팅'이라는 정상적인 마케팅 행위까지 다크패턴에 포함 시켜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넛지 마케팅은 1970년대 후반 이론적 토대가 구축된 넛지 효과를 마케팅에 적용한 것으로, 사용자의 선택을 '부드럽게' 유도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기존의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구매를 권했다면 넛지 마케팅은 간접적으로 구매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넛지: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의 저자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에 따르면 넛지 이론은 나쁜 결정으로부터 좋은 결정을 유도하는 것에 목표를 두며, 윤리적 원칙에 따라 잘 활용하면 매우 유용한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크패턴과 넛지 마케팅은 직접적인 어필 없이 간접적으로 소비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다크패턴은 불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크패턴에 대한 규제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 넛지 마케팅을 하는 것까지 다크패턴에 포함시키게 되면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마케팅 분야에서의 창의성과 기업의 혁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자들은 특히나 한정된 화면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사업의 본질이며 소비자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한정된 정보 페이지 내에서 적절히 평가하고 비교해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부정적인 사례만을 확대해 일괄적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규제에 앞서 업(業)의 특성, 소비자의 편의성과 혜택, 실제 소비자 피해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다크패턴과 공격적인 마케팅 기법의 경계는 굉장히 애매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규제 대상으로 보는 다크패턴의 유형 또한 하나의 마케팅 영역에 속할 수 있어 법적 규제가 필요한 영역인지 그에 대한 정의와 유형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각 유형의 상당수는 기존 법 체계 하에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한 처분으로 규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중복 규제의 우려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이처럼 다크패턴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의 규제는 성급하다. 정부는 먼저 기업의 넛지 마케팅과 다크패턴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기만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는 소비자 교육과 안내 캠페인, 사업자들의 자정을 유도해 시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다크패턴 규제의 도입은 또한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기업들의 혁신 유인을 약화시킬수 있다. 소비자의 편의성, 소비자 경험과 혜택 그리고 실제 소비자 피해 발생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연구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 또한 UI(사용자 환경)/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설계할 때 해당 디자인이 윤리적 원칙을 준수하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즉 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소비자의 구매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설득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