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재 유출 한국, 새 보상 체계 마련 시급
올해 4월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간한 '인공지능(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도와 이스라엘에 이어 AI 분야 인재 유출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다. 반면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2023년 직원 이직률이 5.3%였으나 회사 시장가치가 1조달러를 돌파한 후에는 퇴사율이 2.7%로 감소했다(반도체 평균 이직률은 17.7%).
2001년 엔론 사태 이후 투기성이 강한 스톡옵션 대신 임직원들의 근무 연수와 기업 성과를 기반으로 주식을 부여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 미국 기업들의 주요 임직원 보상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스톡옵션을 RSU로 대체하면서 각광받은 이후 2003년부터 2023년 동안 S&P1500 기업들의 78%가 RSU를 지급하고 있으며, 2023년 그 수치는 93%까지 상승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보상의 81.6%를 주식으로 받았고, 이 중 75%가 RSU였다. 올해 주식 보상은 25% 더 증가한다고 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분율 3.55%의 최대주주임에도 2022년 300억원이 넘는 RSU를 받았다. 반면 한때 각광받던 스톡옵션은 2001년 S&P1500 기업의 91%가 부여하고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2023년 27%를 기록했다.
주식 기반의 임직원 보상 제도의 선두 국가인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0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이 토대를 이루고 있으며 직접 규제 대신 기업 임직원 보상의 과다 지급을 견제하기 위해 주주총회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사회 멤버인 사외이사로 구성된 독립적인 보상위원회가 임원 보상 내용을 정하도록 돼 있고, 가장 많은 보상을 받는 임원 다섯 명의 보상 내역은 주총에 보고하게 돼 있다. 주주들은 임원 보상 계획에 대해 거부권(세이 온 페이·Say-on-Pay)을 행사할 수 있다.
한국의 주식 보상 제도는 박하다. 주식옵션의 경우 상장기업의 총 발행주식 수 20%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고, 특수관계인(대주주와 친인척, 기업 임원, 출자 관계에 있는 법인이나 개인 등)에 대해서는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없도록 상법에 규정돼 있다. 이는 일본에도 없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다. 이 추세라면 한국에서 스톡옵션처럼 또다시 엄격한 RSU 관련 규제를 만들게 될지 우려된다.
과한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에 대한 주식 보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018년 당시 테슬라 지분의 21.9%를 소유하고 있던 일론 머스크에게 560억달러(약 74조6000억원)의 보상 패키지가 승인됐으나, 이 금액이 너무 과하다며 이를 승인한 이사회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한 소액주주의 2022년 10월 소송에 대해 올해 1월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은 머스크의 스톡옵션을 무효화 판결한 바 있다. 이 경우에도 머스크가 법인 소재지를 텍사스로 옮기고 주주들을 계속 설득하는 등 기업 내부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지, 정부가 규제로 판단하진 않는다.
21세기도 4분의 1이 지나고 있고 우리의 정보기술(IT)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는 즈음에 우리는 임직원 보상 제도와 관련해 국제시장의 현실에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식 보상의 위험만 의식하지 말고 긍정적인 면도 함께 고려해 유능한 인재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육성할 체제를 갖추기를 기대한다.
[양희동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경영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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