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판 인스타그램’ 아트링커…김효근 작곡가 “예술과 영감 모아요”
“구경 플랫폼에서 수집 플랫폼으로 가자는 겁니다. 일단 수집을 시작하면 관심과 애착이 생기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죠.”
‘아트팝 가곡의 창시자’이자 경영학자인 김효근(65) 이화여대 교수가 ‘예술판 인스타그램’을 띄웠다. 지난 1일 정식으로 문을 연 ‘아트링커’다. 김 교수는 “디지털 예술품 수집을 지원하는 이미지·영상 위주 플랫폼”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을 취미로 삼고 싶은 분들이 어느 경지에 이를 때까지 반복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가곡 팬이라면 ‘작곡가 김효근’이란 이름을 모르기 어렵다. 국내 가곡 무대엔 거의 예외 없이 그가 쓴 곡들이 불린다. 1981년 제1회 대학가곡제 대상을 받은 데뷔곡 ‘눈’은 많은 음악학도들에게 좌절을 안겼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경영학과 학생이 작곡한 곡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130여명의 성악가가 이 곡을 앨범에 담았다.
그가 아내를 위해 만든 ‘첫사랑’은 요즘도 결혼식 축가로 인기가 높다. 부모님 추모곡으로 작곡한 ‘내 영혼 바람 되어’는 세월호 추모곡으로 애창되며 널리 알려졌다. 지금껏 35곡을 발표했고, 미발표곡을 포함하면 100곡에 이른다. 귀에 쏙 꽂히는 대중적인 선율도, 의미가 쉽게 다가오는 서정적인 가사도 그가 직접 쓴다.
그가 만든 노래들엔 치유와 위로가 담겨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음악과 가사 안에 정말로 치유와 희망의 기운을 가득 넣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의 작곡 과정은 통상적인 경로와 조금 다르다. “어떤 가사의 정서와 딱 들어맞는 음표 조합은 우주에 하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신조다. 푸시킨의 시에 곡을 붙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첫 소절 10글자에 들어맞는, 처연하고 비장하면서도 희망을 담은 음표 조합을 찾는 데 7년이 걸렸다. “노래가 완성 단계에 들어가면 제가 먼저 펑펑 울어요. 이렇게 만든 곡들은 나중에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문자를 많이 받곤 했어요.”
유채훈·길병민·손태진 등 크로스오버 서바이벌 프로그램 ‘팬텀싱어’ 출연자들이 무명 시절부터 그의 가곡을 애창했다. “이 친구들의 재능을 전세계에 소개하고 싶었는데,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가 아트링커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그는 “아티스트가 먹고살려면 자기를 입증하고 재능을 상품화해야 하는데, 아트링커는 이걸 돕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손쉽게 자신을 알리는 프로필 페이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트링커 이용법은 간단하다. “유튜브를 2~3시간씩 보잖아요. 쑥쑥 넘기다가 꽂히는 게 있으면 주소(URL)를 복사해 아트링커에 붙이면 끝입니다. 저장하면서 제목 하나는 달아야죠. 그게 디지털 컬렉션의 시작이 되는 겁니다.” 그는 수집이란 행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구경은 그냥 흘려보내는 건데 수집을 시작하면 뭔가 동기가 부여돼요. 아트링커는 구경꾼에서 수집가로 변모시켜주는 거죠.” 그는 “여타 플랫폼이 다 구경 플랫폼에 그치는데 아트링커는 수집 플랫폼이란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했다. 음악, 미술, 무용, 문학, 영화 등 예술 전반을 두루 다룬다.
현재 아트링커 가입자는 3400여명, 아직 갈 길이 멀다. 2018년부터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개발을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험난했다. 1단계 서비스가 나온 게 2021년이고, 2022년부터 2단계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는 “아직은 사막 한가운데에 씨 뿌리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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